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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고 정신 없었던 9월과 10월이 드디어 끝나갑니다.. 음악 한 곡 제대로 감상할 시간조차 없어서 평소 즐겨 듣던 곡들을 간만에 접하게 되네요..
가을하면 역시 뉴에이지가 적격 아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뉴에이지 또는 오페라 장르를 아주 좋아합니다.. 팝이나 가요와는 다르게 감상자에게 카타르시스의 여지를 많이 남겨주는 맛이 있다고나 할까요? 가사가 들려오는 팝, 가요 등은 작사가와 작곡가가 선사하는 감성에 공감하며 호흡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뉴에이지나 경음악은 내 스스로 가사를 만들고 감성을 불어넣을 수 있지요.. 가령, 시크릿 가든의 Dawn of a New Century 란 곡을 청자에 따라 발라드, 또는 댄스(?)로 해석하여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처지나 기분에 맞게 그때 그때 음악을 해석하면 됩니다..
뉴에이지를 들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 보세요.. 겨울의 삭막함과 쓸쓸하는 준비하는 계절인 가을, 그 밤에 잘 어울리는 뉴에이지 몇 곡을 소개합니다..
Secret Garden - Nocturne 트레이에 CD를 밀어넣고 Mark Levinson 과 마주하여 앉습니다.. 이후 양옆에 서 있던 JBL 이 몸을 떨면, 가을밤 은은하게 퍼져있는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떠 다니던 달이 떠오릅니다.. 그 녀석을 잡아두고 그 위에 앉아서 마치 암스트롱이라도 된냥, 또는 한 마리 토끼라도 된냥 묘한 느낌과 알레고리를 경험합니다.. (물론, 은근히 조루라고 커밍아웃 하는 건 아니니 오해마시길. :-p)
새삼, 그 서정성에도 중독성이 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너무너무 유명한 곡이지요.. 야상곡(Nocturne)은 뉴에이지에서 빠지지 않는 아이템입니다.. 뒤에 소개하는 Richard Clayderman 등의 뮤지션들도 다 하나씩은 발표하곤 했죠.. 하지만 으뜸 중 으뜸은 바로 이 곡이 아닌가 하네요..
Mascagni - Cavalleria Rusticana (Intermezzo) 뉴에이지는 아닙니다만, 음악의 분위기나 감성은 거의 대동소이하여 억지로 우겨 넣어 봤습니다.. 이탈리아의 명 작곡가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대표곡이자 오페라인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 시골의 기사들)의 간주곡(Intermezzo) 입니다.. "Cavalleria"는 간단하게 영어 "Chivalry"를 연상하면 될 것이고, 이 Rusticana란 단어가 재미있습니다.. 이태리어로 시골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음악악보에서는 "목가적으로 연주하라"라는 의미도 있지요.. 마스카니의 언어적 유희나 센스인지는 몰라도 이 때문에 제목, 음악, 그리고 오페라 (시칠리아 시골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사랑의 줄거리) 이 셋이 더더욱 밀접하게 연결된 느낌입니다..
비극으로 끝나는 본 공연의 결말 때문일까요?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가 연주된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치 울고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울부짓음이나 읍소가 아닙니다.. 마치 명배우의 연기를 보는 듯한 잔잔하고 절제된... 그래서 더더욱 공감이 가는, 그런 알레고리입니다.. 처음 이 음악을 듣고, 오페라를 감상하며 눈시울이 핑 돌던 것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악입니다..
Richard Clayderman - Ballade pour Adeline 리차드 클레이더만을 불세출의 뮤지션으로 만들어준 명곡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입니다.. 이 곡에는 한 가지 찡한 드라마가 따라다니죠.. 전쟁터에 나가는 한 남자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아드린느란 여인이 고향에 있었습니다.. 그녀를 뒤로 하고 나라와 고향을 지키기 위해 참전하지만, 불행하게도 한 팔과, 한 다리를 잃고 맙니다.. 차마 그녀에게 갈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이 전사했다고 헛 소문을 내고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그녀의 결혼소식을 듣게된 남자는 남몰래 고향에 돌아와서 멀찌감치 떨어져 그녀의 결혼식을 봅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그녀의 옆에는 두 팔과 두 다리가 없는 남자가 휠채어에 앉아있습니다.. 남자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가를 후회하며, 무엇보다 그녀의 사랑을 그토록 쉽고 가벼이 여긴 스스로를 책망하며 더시 떠나갑니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 못지않게, 진정한 사랑을 받아주는 것도 상대에 대한 배려라 느껴지지 않습니까? 상대를 힘들게 만드는, 심지어 불행하게 만들지도 모르는 사랑일지라도,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닌 것 같습니다..
Nightwish - Moondance Nightwish의 곡을 듣고 있으면 가끔 이것이 락인지 뉴에이지인지 헛갈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그들을 뉴에이지계의 Marilyn Manson이라고 지칭합니다.. 댄스곡과 같이 경쾌하면서도 빠른 멜로디, 그리고 음악 자체가 매우 화려합니다.. 이 화려함 때문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락 뮤지션이 있지요.. 바로 Meat Loaf입니다..
Moondance는 그나마 점잖은(?) 축에 속합니다.. 마냥 감성에만 빠지기 쉬운 가을밤, 기분전환에 아주 도움이 되는 신나는 곡입니다..
Art Of Noise - Moments In Love 상당히 오래 전에 활동했던 뮤지션들입니다.. 뉴에이지 초창기인 80년대에 그것을 보급화시킨데 일조했다고 합니다.. 당시만해도 뉴에이지는 상당히 프로그레시브한 음악이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적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게다가 아직 주류 음악으로 인식되지 못한 특성상 여러 면에서 저항정신까지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것을 락과는 다르죠.. 락이 보여주는 저항감이 직설적이고, 사회참여적이라면 초기 뉴에이지의 저항감은 은유적이고, 음악 그 자체에 대한 반항입니다..
말 나온 김에 아트 오브 노이즈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두 곡을 더 소개하죠.. 먼저 Opus4입니다.. 아시다시피 오퍼스(Opus)는 Opera의 단수형입니다.. 네 명의 여성이 시종일관 같은 노랫말과 멜로디를 반복합니다.. 다양한 음악과 악기로 구성된 오페라가 주는 협연, 합창 등을 통한 화려함과 조화미 등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페라의 단수형입니다..
Yebo는 흑인들의 주술 의식을 떠올리느게 만듭니다.. 지금이야 뭐 아프리카 부족들의 다양한 음악을 샘플링 하는 뮤지션이 많지만, 이 곡은 80년대에 나온 것을 감안하면 사뭇 아트 오브 노이즈의 실험정신에 감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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